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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의 詩의 발견] 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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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前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 작성일21-06-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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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상가에 다녀 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는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길 들려줬습니다

생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아직 정신은 초롱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서 "아버지 쉬이, 쉬이, 어이쿠 시원하시겠다" 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었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온몸 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 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 더 가볍게 몸 구부리려 애 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 매려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들고 있었겠지요 쉬ㅡ 쉬!
우주가 참 조용했겠습니다.
 -문인수,'쉬!' 
  지난 6월7일 새벽, 문인수 시인이 타계했다. 향년 75세, 시인은 군위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장됐다. 뉴스에는 '순수 서정시 외길의 시인 문인수 별세'라고 떴다.
   어떤 평론가는 그의 타계를 두고 "한 시인이 떠난 것이 아니라 한국시가 지녔던 광채의 조도가 낮아졌다"고 문인수 시인의 타계를 안타깝게 생각 했다.
   '쉬!', 이 시는 요양병원에서 아버지를 돌보는 한 아들(정진규 시인)의 애틋한 실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아버지의 오줌을 뉘어주는 아들과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아버지가 부끄럽지 않게, 걱정하는 아들 사이의 미묘하고도 긴장된 인간적인 관계를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몇 방울의 오줌, 그것을 돋우기 위해 아들은 어릴 때 들었던 말, 쉬-, 그 쉬-라는 바람소리 같은 말을 따라 힘든 오줌보를 조금씩 풀어 가시는 아버지, 이 쉬!라는 말 이외는 우주 모두는 조용하라는 그 쉬! 라는 한마디 장엄한 말, 기승전결이 꽉 짜인 시다.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길고 긴 뜨신 끈,…쉬-쉬! 우주가 참 조용했겠습니다"
   참 절묘한 시다. 문인수 시인! 사람은 관을 덮고 나서야 진정한 한 인간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문인수, 그는 살아서도 축복받았고 죽어서도 축복받는 시인이다.
   그의 시는 독자들 가슴에 영원한 축복처럼 남아 빛날 것이다. 친구여, 편히 가시라. 우리 언제 다시 만나 술 한잔 할까?
시인·前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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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